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52조원 돌파…DC·IRP가 바꾼 연금시장
은행 중심으로 형성돼 온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6년 6월 말 기준 52조원을 넘어섰고, 특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전체 성장의 대부분을 이끌었다.
단순히 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가했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을 예금처럼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ETF와 펀드 등 투자상품을 활용해 직접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금융회사 간 경쟁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원리금보장 상품과 기업 고객 기반을 확보한 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했다면, DC와 IRP 비중이 커질수록 다양한 투자상품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증권사의 경쟁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적립금 52조210억원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미래에셋증권의 2026년 6월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2조210억원이다.
2025년 6월 말 32조1,384억원과 비교하면 1년 동안 19조8,826억원 증가했다. 증가율로 계산하면 61.9%에 달한다.
| 구분 | 2025년 6월 말 | 2026년 6월 말 | 증감률 |
|---|---|---|---|
| 전체 퇴직연금 | 32조1,384억원 | 52조210억원 | 61.9% 증가 |
| DC형 | 13조2,856억원 | 23조8,488억원 | 79.5% 증가 |
| IRP | 13조236억원 | 22조5,418억원 | 73.1% 증가 |
| DB형 | 5조8,292억원 | 5조6,304억원 | 약 3.4% 감소 |
전체 적립금의 증가율도 높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특징이 더욱 뚜렷하다.
DC형은 1년 사이 79.5%, IRP는 73.1% 증가한 반면 DB형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즉,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성장을 설명하는 핵심은 전체 시장이 똑같이 커졌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연금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는 데 있다.
이 차이는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 방향을 예상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증권업권 퇴직연금의 약 3분의 1 차지
2026년 6월 말 증권업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165조468억원이며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의 비중은 31.5%다.
2025년 상반기 28.5%였던 점유율에서 1년 만에 3%포인트 상승했다.
단순히 퇴직연금 시장 자체가 성장한 결과라면 전체 증권사의 적립금이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면서 시장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적립금을 확대하는 동시에 증권업권 내부 점유율까지 높였다.
증권업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1년 동안 약 52조4,347억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증가분이 약 19조8,826억원이었다. 전체 증가액의 약 38%에 해당한다.
경쟁사와의 적립금 규모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삼성증권은 28조919억원, 한국투자증권은 26조4,044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증권업계 2위인 삼성증권의 차이는 약 23조9,291억원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적립금 규모 자체보다 신규 자금이 어느 사업자로 향하고 있는가다. 연금은 한번 계좌를 개설하면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재의 신규 자금 유입은 향후 자산관리 시장의 고객 기반과도 연결될 수 있다.
주요 시중은행과 비슷해진 적립금 규모
퇴직연금은 전통적으로 은행이 강점을 보여온 시장이다.
2026년 6월 말 주요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신한은행 58조8,888억원, KB국민은행 53조4,813억원, 하나은행 53조1,661억원 수준이다.
52조210억원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은행의 차이는 약 1조1,451억원이다.
증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서 대형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것은 국내 연금시장의 경쟁 구도가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금융권 전체 순위를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를 포함하는지와 집계 기준에 따라 순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사업자가 전체 금융권 몇 위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주요 금융회사와의 적립금 격차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상반기에만 약 14조원 늘어난 이유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5년 말과 비교해 2026년 상반기에만 약 14조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36.5%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약 4조4,426억원, 2분기 약 9조5,799억원이 늘었다.
미래에셋증권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국내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적립금 증가액은 45조1,438억원이었다. 미래에셋증권 한 곳에서 증가한 금액이 전체 시장 증가액의 21.2%를 차지한 셈이다.
특히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높은 자금 유입이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연금상품은 단기 투자상품과 성격이 다르다.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한번 대규모 고객 기반을 확보하면 이후 자산관리와 금융상품 판매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은 단순히 올해 적립금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떤 금융회사가 개인의 은퇴자산 관리 플랫폼으로 자리 잡느냐의 경쟁으로 볼 수 있다.
전체 적립금의 89.2%가 DC형과 IRP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구조를 보면 변화의 방향이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DC형 적립금은 23조8,488억원, IRP 적립금은 22조5,418억원이다. 두 유형을 합하면 46조3,906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89.2%를 차지한다.
반면 DB형은 5조6,304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3.4% 감소했다.
이 구조는 증권사의 퇴직연금 사업이 성장하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DB형에서는 회사가 적립금 운용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개별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DC형과 IRP에서는 가입자가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인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ETF, 펀드, 채권 등 다양한 투자상품에 접근하기 쉬운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DC와 IRP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곧바로 투자 성향이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계좌를 증권사에서 개설하더라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변화는 가입자가 금융회사와 운용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영역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DB형·DC형·IRP는 무엇이 다를까
퇴직연금은 운용 방식에 따라 DB형, DC형, IRP로 구분할 수 있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급여가 일정한 산식에 따라 정해져 있는 구조다. 적립금을 운용하는 책임은 기업이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근로자의 계좌에 납입하고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운용한다. 같은 금액이 납입되더라도 장기간 어떤 상품을 선택하고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는가에 따라 은퇴 시점에 받을 자산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IRP는 퇴직금이나 개인이 추가로 납입하는 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개인형퇴직연금 계좌다. 일정 요건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예금과 펀드, ETF 등 여러 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DC와 IRP 시장이 커질수록 금융회사의 역할도 달라진다.
단순히 계좌와 자금을 보관하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어떤 투자상품을 제공하는지와 자산배분을 얼마나 편리하게 할 수 있는지, 가입자가 장기간 연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해진다.
퇴직연금이 저축에서 자산관리로 바뀌는 과정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원리금보장 상품의 비중이 높았다.
퇴직금은 노후 생활을 위한 자산이라는 특성 때문에 손실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간 물가가 상승하면 원금이 보존되더라도 실질적인 구매력이 감소할 수 있다. 가입 기간이 10년, 20년 이상 남은 근로자라면 단순히 원금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률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ETF와 펀드 등을 활용하는 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ETF, 혼합자산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가 포트폴리오 구독 등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쟁 대상이 단순한 금리에서 투자상품, 자산배분, 모바일 서비스, 상담 기능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것만큼 가입자가 장기간 계좌를 관리하기 편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적립금 52조원이 높은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 사업자를 평가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적립금 규모가 크거나 빠르게 증가한다고 해서 그 금융회사의 모든 가입자가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의 2026년 6월 말 전체 연금자산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 80조8,100억원이다. 회사가 밝힌 고객 누적 투자수익은 24조6,071억원이다.
하지만 누적 투자수익이라는 숫자는 특정 기간의 연환산 수익률과는 다르다.
가입자마다 계좌를 개설한 시점과 납입금액, 투자상품, 위험 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누적 금액만으로 다른 금융회사와 운용 성과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할 때는 적립금 규모뿐 아니라 장기 수익률과 수수료, 투자 가능한 상품 종류, 모바일 이용 편의성, 상담 서비스 등을 함께 비교할 필요가 있다.
특히 DC형과 IRP에서 투자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의미한다.
ETF나 펀드를 이용하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시장이 하락하면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가입자와 20~30년 이상 운용 기간이 남은 가입자에게 적절한 투자 방식이 같을 수도 없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가 커지는 이유
미래에셋증권의 적립금 증가를 단순한 회사별 점유율 경쟁으로만 보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일어나는 더 큰 변화를 놓칠 수 있다.
핵심은 DC와 IRP의 성장이다.
가입자의 선택권이 큰 연금 유형이 성장하면 금융회사는 단순히 기업과 계약을 맺어 적립금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진다.
개별 가입자가 어느 금융회사에서 연금을 관리할지 결정하는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ETF와 펀드 상품군, 수수료, 모바일 거래 시스템, 자산배분 콘텐츠, 상담 서비스 등이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결국 퇴직연금 시장이 기업 중심의 B2B 성격에서 개인 자산관리 시장의 성격까지 함께 갖게 되는 셈이다.
증권사는 이미 개인의 주식과 펀드, ETF 투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반대로 은행도 예금 기반의 안정성과 광범위한 영업망이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향후 경쟁은 단순히 은행에서 증권사로 시장이 이동한다기보다 각 금융회사가 서로의 강점 영역으로 진입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
향후 가장 먼저 살펴볼 지표는 DC형과 IRP의 성장 속도다.
미래에셋증권 전체 퇴직연금의 약 89%를 두 유형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흐름이 지속되는지가 적립금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는 실제 장기 수익률이다.
퇴직연금 시장이 투자 중심으로 이동할수록 가입자는 단순한 적립금 규모보다 자신의 자산이 장기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됐는지를 중요하게 볼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수수료와 서비스 경쟁이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비슷해질수록 금융회사들은 낮은 비용과 편리한 모바일 환경, 맞춤형 포트폴리오, 전문 상담과 같은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가입자의 투자 위험 관리도 중요하다.
퇴직연금은 단기간의 투자 성과보다 은퇴 시점까지 안정적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목적이다. 투자상품 선택 폭이 넓어지는 만큼 지나치게 특정 자산에 집중하거나 단기 수익률만 따라가는 방식은 오히려 장기적인 연금 운용의 목적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인 견해
이번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52조원 돌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52조원 자체보다 전체 적립금 가운데 DC형과 IRP가 89.2%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의 선택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을 중심으로 자금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 기준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어느 금융회사가 많은 기업 고객과 적립금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투자상품 선택권과 장기 수익률, 비용, 모바일 편의성, 자산관리 서비스처럼 개인 가입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요소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다만 증권사의 적립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금 중심의 연금 운용보다 투자 중심의 운용이 항상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다.
퇴직연금은 가입자의 나이와 은퇴 시점, 소득, 위험 감수 수준에 따라 적절한 투자 방식이 달라지는 장기 자산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금융회사의 적립금이 가장 많은가보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비용과 상품, 위험 수준을 선택하고 이를 장기간 관리할 수 있는지라고 생각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적립금 증가는 이러한 개인 중심의 연금 운용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 이 글은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와 금융회사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추가적인 해설을 더한 정보성 콘텐츠이며, 특정 금융회사나 금융상품 가입 및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관련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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